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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관련 소식들을 전해 드립니다.

세상 속으로… 옥스퍼드의 외출

온라인 지식 공유 강연회
'옥스퍼드판 테드'인 '티톡스' 회장 노블 교수

지난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3층 회의실. 데니스 노블(Noble·78) 영국 옥스퍼드대 생리·해부·유전학과 교수가 완벽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며 기자를 맞았다. 헝클어진 머릿결과, 체구에 비해 한 치수 정도 큰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 평생 연구에 몰두해온 학자의 풍모가 느껴졌다.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노블 교수는 '옥스퍼드 판 테드(TED·온라인 기반 세계 최대 지식 공유 강연회)'로 불리는 '티톡스(Tea Talks)'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노블 교수는 "티톡스는 올해 안에 시작될 예정"이라며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등 영국의 저명 교수와 옥스퍼드 학생·동문, 전 세계의 혁신 기업가 등이 출연해서 젊은이들에게 지혜와 통찰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Weekly BIZ] 세상 속으로… 옥스퍼드의 외출
티톡스 론칭 파티가 열릴 옥스퍼드대 디비니티 스쿨의 내부 모습. 1483년 완공된 디비니티 스쿨은 신학 토론 등이 벌어지던 건물이다. / 보이스 프럼 옥스퍼드 제공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등이 등장할 것

―티톡스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지난 6년간 옥스퍼드대는 수백개의 인터뷰, 강연 등을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VOX)를 운영해왔습니다. 옥스퍼드 동문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등 저명인사들이 출연했습니다. 콘텐츠 하나당 몇 시간짜리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긴 시간을 하나의 콘텐츠에 투자하질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말이죠. 그래서 VOX의 진화한 형태가 될 티톡스는 10~15분 안에 연사들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하게 할 겁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잃지 않을 만한 짧은 시간 내에 유명인 등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하려는 겁니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테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테드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티톡스는 테드와 달리 '옥스퍼드 튜토리얼' 방식을 쓸 겁니다. 옥스퍼드 튜토리얼은 사람들에게 어떤 사실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그 사실들에 대해 얼마나 창의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옥스퍼드 교수들은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으로 그 주제에 접근했는지를 따집니다. 이런 접근법이 티톡스 프로젝트의 출발점입니다. 연사들의 창의성을 끄집어내서 이를 보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게 우리의 사명(mission)입니다."

―테드와의 경쟁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테드와 경쟁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테드의 성취를 존경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습니다만, 테드와 전혀 다른 특성을 유지할 겁니다. 우리는 티톡스를 '옥스퍼드 튜토리얼의 알기 쉬운 버전'으로 생각하고 유지해 나갈 겁니다. 테드에 비해 우리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옥스퍼드입니다. 옥스퍼드에 직접 가보지 않으면 옥스퍼드가 가진 지적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릅니다."

옥스퍼드의 지적 파워가 가장 큰 강점
 
[Weekly BIZ] 세상 속으로… 옥스퍼드의 외출데니스 노블 교수
노블 교수는 "티톡스의 가장 큰 매력은 옥스퍼드"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는 옥스퍼드의 인재풀과 감탄을 자아내는 캠퍼스 건물들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리라는 자신감이었다. 옥스퍼드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베일리올 칼리지를 예로 들었다. 베일리올 칼리지는 1263년 창립됐으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멋진 신세계'를 쓴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 에드워드 히스 등 3명의 영국 총리,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티톡스 연사는 어떻게 선정하실 겁니까?

"옥스퍼드 인맥을 활용할 겁니다. 옥스퍼드의 39개 칼리지에는 각각 저명한 동문이 포진해 있습니다. 자연과학, 인문학, 정계, 재계, 금융계 등에 널리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학내에도 저명인사가 많습니다. 옥스퍼드는 39개 칼리지별로 각자의 뉴스 사이트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학생이나 동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연사를 선정할 겁니다. 좋은 연사를 선정하고 섭외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창업가들도 등장하게 되나요?

"창업가들도 나올 겁니다. 1년에 서너 차례 정도 청중을 초청해서 열리게 될 티톡스 콘퍼런스에는 여러 연사가 등장할 겁니다. 저명인사뿐 아니라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학생들도 함께 나오는 형식입니다. 젊은이들은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불어넣어 줄 겁니다. 젊고 창의적인 학생들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같은 거물에 뒤이어 연단에 오르도록 하는 게 바로 티톡스의 계획입니다."

―왜 이름을 티톡스라고 지었습니까?

"티톡스란 영국에서 차(茶) 한잔을 앞에 놓고 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듯이 친밀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게 할 겁니다. 그래서 티톡스란 이름으로 정한 겁니다. 10여분 안에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는 테드의 형식에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옥스퍼드 튜토리얼 접근법을 결합한 것이 티톡스입니다. 강연장에서 일방적으로 연설을 듣는 느낌이 아니라 대화에 빨려드는 느낌을 줄 겁니다."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이십니까?

"초기에는 옥스퍼드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습니다. 드러먼드 본(Bone) 베일리올 칼리지 학장도 '옥스퍼드를 전 세계로 투사하는(project) 일'이라고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부인들이 옥스퍼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옥스퍼드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유는 대학 측에서 이런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외부의 지원도 받을 계획입니다. 기업·기관들이 티톡스 사이트에 광고하는 형태로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동아시아와 활발한 협업 기대

노블 교수는 동아시아의 정신적·철학적 전통이 티톡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의 명문 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한국 연사들도 티톡스에 등장할 수 있습니까?

"한국과 중국 대학,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부 티톡스는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지도록 할 겁니다. 티톡스가 성장하는 데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후원도 받을 예정입니다. 우리는 동아시아에 강력한 커넥션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인 김성희(63) VOX 대표가 티톡스의 실무 책임자 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서울대, 시안 교통대(西安交通大), 오사카대에서 각각 방문교수직을 맡았었습니다. 우리가 티톡스를 통해 탐색하는 창의성 중 일부는 이곳 동아시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는 서구와는 전혀 다른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전혀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 간의 교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힘이 됩니다."